[더유럽투유D코스1기] 도저히 여행을 갈 상황이 아니었다. - 1
The유럽 To You D코스보드게임에서 벌칙으로 한 턴 쉬었다가 다시 주사위를 굴릴 때,
플레이어는 조급한 마음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주사위는 무심한 듯 굴러가고
1이나 2가 나오기 시작하면 조급한 마음은 더욱 콩닥이기 시작한다.
게임에 큰 게 걸리면 걸릴수록 더 콩닥일 것이고,
만약 거기에 걸린 게 내 인생이라면 조급한 정도가 아니라, 아마 미치고 팔짝 뛸 것이다.
늦은 입대와 늦은 전역
그럭저럭 지나간 군 생활은 말 그대로 그럭저럭 지나가버리고 정말 남은 게 없었다.
그렇게 한 턴을 쉬어버린 나는 전역한 후에 미친 듯이 내 자리를 찾아 해맸고,
보이지도 않는 산길을 휘적이고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가끔 웃기도 했지만 속은 편히 숨 한 번 쉬지 못했던 것 같다.
더구나 하나둘 자기 자릴 찾아 들어가는 친구들과 지인들을 보며
뭣같은 기분을 얼굴에서 지울 수 없었다.
그런 얼굴을 보이기 싫어서 더 열심히 뭐라도 했던 것 같다.
벚꽃 피고 질 때까지 발버둥친 결과물들이 녹음과 함께 익어갈 무렵이었다.
집중과 몰입이 가장 중요한 시기.
정말 도저히 여행을 갈 상황이 아니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기한이 여행 첫째 주였고
고대하던 심사의 최종 면접이 여행 둘째 주였다.
여행이 다 끝난 지금은 그때의 선택이 정답인 걸 알고 있다.
☞ 동유럽 티켓은 여기서 <프라하>
초여름 푸른 하늘, 그런 하늘의 노을빛을 닮은 프라하의 지붕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만들어진 골목과 간판들, 이 모든 것들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가히 체코 맥주보다 더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세계 유명 놀이공원들도 입구에 가장 신경 쓴다고 했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현실에서 꿈의 나라로 자연스럽게 몰입시켜주는 시퀀스가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그런 의미에서 동유럽의 입구는 프라하가 확실했다.
☞ 버킷리스트가 사실은 누군가의 일상일 수도 있다 <뮌헨>
한창 유로24 토너먼트가 진행되는 한때, 거짓말처럼 독일 대 스페인 경기 날 뮌헨에 도착했다. 우리는 숙소에 캐리어를 던져두고 우버 앱을 켜서 근처 상점가를 찍었다.
마치 핸드폰을 잃어버린 듯이 상점가를 돌아다니면서 독일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펍을 찾았다. 같이 응원한 것도 기억에 남고, 독일이 패배하면서 가게에 살벌한 기운이 감돈 것도 잊지 못하지만, 그중 펍 한가운데서 스페인을 응원하던 친구를 난 여전히 추모한다. 유독 현지인처럼 거닐었던 뮌헨이었다. 맥주 마시며 응원하고 공원을 거닐고 비를 피해 뛰어다니고 그러나 또 맥주를 적셨다.












